[르포]"월 전기요금만 6억5천"…국내 1위 열처리 기업 가보니(21.11.21)
글쓴이: 관리자
작성일: 22-05-26 11:21 조회: 1,188

[밀양=뉴시스] 권안나 기자=17일 경남 밀양에 위치한 삼흥열처리 공장에서 주보원 회장이 전력수요관리 모니터링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1.11.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밀양=뉴시스]권안나 기자 = "11년전 정부에서 뿌리산업을 고시하면서 분기마다 장관들과 만나 회의를 했지만 이제는 서면보고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독일이나 일본처럼 중소기업이 자리잡고 있을 때 4차 산업혁명도 되는 것이 아닐까요."(삼흥열처리 주보원 회장)

지난 17일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주간을 맞아 경남 뿌리산업 대표 기업인 삼흥열처리를 찾았다.

경남 밀양시 부북면에 위치한 삼흥열처리 공장에 들어서자 후텁지근한 기운이 전해져온다. 그도 그럴 것이, 1200도를 넘나드는 열처리가 그곳 시설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열처리는 초기 단조품을 자동차 부품, 건설 장비용 부품 등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열을 가해 조직의 연성 등의 성질을 변형, 안정화하는 작업을 말한다.

강한 열을 동반하는 작업인 만큼 회사의 가장 큰 관심사는 '전기'다. 이 공장에서 11월 기준 한 달에 들어가는 전기료만 6억5000만원에 달한다. 제품 원가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5%가량이다. 최근 분기별로 연료비를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동제가 도입되면서 더욱 우려가 커졌다. 3개월에 한번씩 전기료 인상 가능성에 대한 전전긍긍해야되는 상황이 온 것이다. 뿌리산업에 대한 별도 전기 요금제를 호소하는 이유다.

삼흥열처리는 국내 단조열처리 1위 업체로 업계에서 유일한 현대자동차의 1차 협력업체다. 과거 김해 공장 시절, 산사태로 공장 운영이 멈추자 국내 완성차 생산 라인도 함께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현대차뿐만 아니라 현대위아·일진·대창 등 국내 주요 단조업체는 물론, 아우디·폭스바겐·벤츠·GM·토요타·혼다·델파이 등 해외 주요 완성차 및 부품 기업들을 두루 고객사로 두고 있다.

품질에 대한 확실한 보증이 삼흥열처리가 세계적인 기업들과 유수의 기관들에 인정받은 비결이다. 삼흥열처리는 공장 내 별도의 연구개발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완성차 기업들도 삼흥열처리에 조직검사를 표준으로 삼는다. 1997년 산업포장 수상, 1998년 국무총리 열처리 기술 경진대회 대상, 2004년 산업자원부장관 표창, 2014년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 대통령표창 등 유수의 상도 수여했다. 2017년부터는 중소벤처기업부의 '강소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 바탕에는 "임직원이 모두 하나 되어 세계최고의 품질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주 회장의 신념이 있다. 실제로 대지면적 8000평 정도 되는 공장이 하나의 잘 짜여진 유기체처럼 움직인다. 철로 만들어진 제품을 다루는 공장임에도 바닥과 시설 지붕에 먼지 한 톨이 날리지 않는다. 주 회장은 젊은 시절 일본과 유럽 등지의 제조업 현장을 방문하면서 운영과 관리의 중요성을 체득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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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뉴시스] 권안나 기자=17일 경남 밀양에 위치한 삼흥열처리 공장 내부에 위치한 관리사무실에서 공장을 내려다본 모습. 시설 지붕에도 먼지 한 톨 보이지 않을 만큼 잘 관리돼 있다. 오른편 바닥에는 작업자들의 안전을 위한 별도의 보행로를 붉은선으로 표시해놨다. 2021.11.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 같은 저력에도 삼흥열처리 역시 인력에 대한 고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주52시간제가 시행되면서다. 이전까지는 주간 40명·야간 40명으로 총 80명의 인원으로 공장을 운영할 수 있었지만,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30여명이 모자라게 됐다. 하지만 인력이 도통 구해지질 않아, 인력회사를 통해 매일 단건으로 서른명 정도를 충원한다.

주 회장은 "주52시간제는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한 좋은 취지로 만들었지만 필드(현장)에서는 사람이 없어서 애를 먹고 있다"며 "인력 회사를 통해 충원하는 것도 100% 외국인만 온다"고 했다.

절실한 만큼 처우는 남달랐다. 일용직 외국인들에게 수당 외 쌈짓돈을 얹어주기도 하고, 식당에서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달걀도 쌓아둔다. 또 직원들의 출퇴근 버스는 리무진용 고급 버스를 도입했다. 이렇게까지 하니 일용직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서로오고 싶어하는 기업이 됐고, 당장의 걱정은 덜 수 있었다고 한다.

기업의 영속성에 관련된 고민도 있다. 현장의 고령화와 가업승계 문제 때문이다. 현재 삼흥열처리의 생산직 근무 평균 연령은 55세 정도다. 연구조직에는 30대 인력도 쉽게 채워지지만 생산직은 사정이 다르다. 그렇다보니 정년도 없다. 70대가 돼도 본인이 힘이 닿는다면 일하도록 한다. 주 회장 "정년은 공무원, 대기업에나 해당되는 것"이라며 "중소기업은 사람 인력 양성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가업승계에 대한 엄두를 못 내다 보니, 기업의 장기 로드맵 수립도 어려운 상황이다. 가업승계를 받은 젊은 상속자가 50%의 세금을 내기 위해서는 사실상 공장을 처분하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는 게 주 회장의 설명이다. 주 회장은 "일본은 백년 넘은 기업이 몇 1000개가 되지만 우리나라는 몇 군데 있을까 말까"라며 "방법이 없다보니 (아무것도 하지않고) 그냥 흘러가는대로 두자는 생각을 하는 중소기업인들이 많다"고 했다.

주 회장은 무엇보다 정부에서 뿌리산업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은 정부 역할"이라며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ymmn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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